2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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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산 2017. 6. 28. 18:50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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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이불/ 고정희삶 2017. 6. 27. 21:12
장미꽃 이불/ 고정희 얘야, 인생이 추울 때 꺼내 덮을 수 있는 명주솜 이불 두어 채 마련하자꾸나 네가 아무리 당당하게 살아도 혼자 가는 뒷모습 한없이 춥구나 어머님 살아생전 마련해 주시마던 명주 솜 이부자리 그대로 비워둔 채 홀연히 저 세상 떠나셨지요 청천 날벼락 같은 그 슬픔의 자리 찬바람 숭숭한 그 자리에 그대 오른손이 모르게 은밀히 놓아주신 장미꽃 이불, 처음 꺼내 덮었습니다 내 인생이 추워서가 아니라 이 이불 속에 서리서리 펼쳐주신 그대 곡진한 사랑 음미하고 싶어서지요 이 이불 위에 피고 지고 다시 피는 한 세상 따뜻함 품고 싶어서지요 장미꽃 수 천 송이 잔잔한 이불 밑에 우리 동행하는 뜻, 나란히 잠든 밤은 서천서역국 달그림자 쪽으로 수란 잎이 벙그는 밤입니다 장미 향기 수 만 리 은은한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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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장미 / 이해인삶 2017. 6. 27. 07:32
유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어제 잠시 내린 소나기가 행복하게 합니다 해갈을 위한 비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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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삶 2017. 6. 21. 22:12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 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 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