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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비지의 가을,,,!
    2017. 11. 14. 08:37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울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네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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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